아들은 효자, 며느리는 효부
"저 범 잡아라!"
장정들이 저마다 흉기를 들고 소리를 지르며 범을 쫓으니 범은 당황하여 달아날 방향을 산으로 잡지 못하고 제포 쪽으로 잡았다.
곰메(能山)에 살던 범 한 마리가 굶주렸던지 어느 날 서중 마을까지 내려 와 먹이를 찾았다.
들에서 일을 하다가 그 범을 본 장정들이 소리를 지르며 쫓으니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도 다같이 나섰다.
제포쪽으로 내닫던 범은 망덕 마을 근처 논에서 무심히 일을 하고 있던 서지순의 부친을 물고 쫓는 사람들을 노려 보았다.
"사람 살려라"
다른 논에서 일을 하고 있던 서지순이 이 비명 소리를 듣고 그 쪽을 보니 범이 부친에게 덤비고 있었다. 그는 낫을 들고 범에게로 다가 갔다. 범을 쫓아온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였고, 그는 낫을 범에게 겨누고 내리치려 했다. 낫을 든 지순을 본 범은 부친을 놓고 이번에는 지순에게로 덤볐다. 지순과 범의 격투가 벌어졌다. 용맹한 지순은 끈질긴 격투 끝에 마침내 범을 죽이고 말았다.
지순의 용감한 격투로 범을 죽여 마을 사람들은 호난을 면하였으나 망덕 마을과 지순의 집안에는 발안한 일이 생겼다. 부친의 상처는 쉬이 아물지 않고, 밤이면 암범 한 마리가 망덕리 뒷독메에 내려 와서 으르렁거리며 위협을 하는 것이었다. 밤마다 들리는 암범의 포효로 온 마을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지순의 집에서는 그 위에 범에게 물린 부친의 상처는 덧나서 안절부절이었다.
"보이소(여보) 무슨 좋은 수가 없는기요(없습니까)?"
지순의 아내(경주 이씨)는 잠자리에 들면서 근심스럽게 남편에게 물었다.
"무슨 뾰족한 꾀도 안 나고 그렇다고 점쟁이를 찾아갈 수도 없고......"지순은 한숨만 길게 쉬었다.
잠시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아내는 "보이소, 제가 이래(이렇게) 해 볼까요. 저어...... 독메에 호단을 지어 치성을 드리고, 아버님 상처의 고름을 빨아내고......"
아내의 말을 듣고 누웠던 지순이 벌떡 일어나며
"보소(여보), 호단을 짓는 기이사(것이야) 어렵겠소만 고름을 우째(어떻게) 입으로 빨아낸단 말이요."
"가만히 계시이소(계십시오). 제가 해 볼끼잉께(볼터이니)."
날이 새자 지순은 호단을 지었고, 아내는 치성을 드렸다. 그리고 시아버지의 상처에서 약을 떼어내고 깨끗이 닦은 뒤에 고름을 입으로 빨아내고 다시 약을 발랐다. 그런 며느리의 정성스러운 치성과 간병은 하루도 쉬는 날 없이 계속되었다. 하루가 가고, 열흘이 가고, 한달이 가고, 한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삼년이 지나자 그 효과는 나타났다. 상처는 아물고 범도 나타나지 않았다.철종 때에 와서 이러한 사연이 상주되어 아들 지순은 '호조참판'으로 그의 아내는 '정부인'으로 추서되고 '쌍효각'을 지어 그 효심을 가리게 하였다.
(교남지에서)
'내고향웅천내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장수바위 (0) | 2010.03.24 |
---|---|
[스크랩] 왜구 격퇴로 하사된 성흥사 (0) | 2010.03.24 |
[스크랩] 천자봉에 얽힌 전설 (0) | 2010.03.24 |
[스크랩] 시루봉 (0) | 2010.03.24 |
[스크랩] 천자봉 (0) | 2010.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