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어와 세상 사람들아
어와 세상 사람들아
김삿갓의 조부 金益淳이 웅천현감으로 도임하는 행차가 마야령을 넘어와 여명곡 앞길을 지나갈 때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앞서 가면서 비키지 않았다. 이속들이 호령을 하여도 태연하였다.
행차가 쉬면 그도 쉬었고 행차가 떠나면 그도 앞장섰다. 사령을 보내어
"딴 길을 가거나 얼른 말에서 내리어 조아리라."라고 하니
"웅천 申좌수가 간다고 여쭈어라"
(여명리의 신씨는 제5장 4.여좌동 땅이름 '1' 여명리 참조) 라고 하고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현아에 이르러 현감은 심화를 참지 못하여 당장에 그를 불러 힐문을 하였다.
그러나 그는 도리어 "내가 내 말을 타고 내 갈 길을 갔는데 무슨 상관을 하시오." 하면 현감을 나무랐다. 화가 치민 현감은 곧 그에게 태형을 내렸다.
분부대로 형리들이 매를 들었으나 형리들을 노려 보는 그의 서슬에 매를 내리치지 못하였다.
현감이 보다 못하여 직접 매를 들고 다리를 걷으라고 호령을 하였다.
그는 왼쪽 다리만 걷어 올렸다. 현감은 더욱 분하여 매에다 비상을 묻혀 때렸다.
비상이 묻은 매를 맞고 돌아간 그는 비상이 몸에 퍼질 것이 두려워 그 다리를 잘라 버렸다.
세월이 흘러 현감은 임기가 되어 다른 곳으로 전임을 하게 되었다. 현감이 웅천을 떠날 때는 '주을제'(속칭 서중리못) 근처까지만 전송을 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었다. 주을제를 지나 이속(吏屬)들만의 수행을 받고 가던 현감은 몹시 마음이 불안하였다. 도임하고서야 여명곡 申씨의 세도를 들었던 것이다. 필시 보복을 당할 예감이 들었다. 그는 작은 발티를 넘어서 큰 발티로 가지 않고 발길을 오른쪽으로 돌려 골짝으로 올라 천자봉을 거쳐 곰메를 지나 안민고개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때 申씨 문중에서는 청년들이 큰 발티에서 현감의 귀경 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뒤로 현감이 이 '골'(洞)에서(於)'숨었다'하여 '於隱洞'이라 하게 되었고, 다음과 같은 속요도 전해졌다. (洞은 골의 뜻으로 표기할 때가 있다.)
어와 세상 사람들아
태산같은 저 산 위에
넓고 넓은 저 길 보아라
그 길이 길 아니라
신봉상의 원수로다
구전자 : 진해시 송학동 洪承建 작고